우리가 일상에서 부르는 질병의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다. 이름 하나가 환자에게 낙인이 되기도 하고, 치료의 문턱을 높이는 벽이 되기도 한다. WHO(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한 보건 기관들이 질병 명칭 변경에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병명은 환자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적 인식과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특정 지역, 인종, 동물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자 병명을 바꾸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질병 이름이 바뀌는 이유는 무엇일까?
낙인을 줄이기 위한 노력
일부 질병 이름은 특정 집단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초래한다. 예컨대, ‘몽고증’은 다운증후군을 가리키는 옛 용어였으나, 몽골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표현으로 문제가 됐다. 이처럼 질병 이름이 인종, 지역, 문화와 연결될 경우 비하나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혼란을 막고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병명은 실제 병태생리와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성조숙증’은 ‘성장과 성이 빠르다’는 긍정적 뉘앙스를 줄 수 있으나, 실제로는 치료가 필요한 내분비 질환이다. 병명 변경은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병의 본질을 올바르게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신 의학 지식을 반영하기 위한 개정
의학의 발전에 따라 질병의 원인과 메커니즘이 밝혀지면, 기존 이름은 오히려 오해를 낳는다. ‘정신분열증’에서 ‘조현병’으로 명칭이 바뀐 것도, 분열이라는 오해를 줄이기 위함이었다. 더 이상 병명을 감정적 표현이나 추상적인 개념으로 둘 수 없다는 움직임이 반영된 결과다.
병명 변경 사유 | 설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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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 해소 | 인종, 지역, 문화에 대한 편견 해소 |
의학적 정확성 | 병태 생리 또는 진단 기준과의 불일치 해소 |
공공 인식 향상 | 일반인의 오해 방지 및 올바른 정보 전달 |
‘원숭이두창’에서 ‘mpox’로: 동물 낙인에서 벗어나다
동물명 사용의 위험성
‘원숭이두창(Monkeypox)’은 이름 그대로 ‘원숭이’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쥐를 포함한 다양한 설치류가 주요 전파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숭이라는 단어가 강조되며 특정 동물에 대한 공포와 학대가 증가했다.
국제 보건기구의 공식 개명
WHO는 2022년 해당 병명을 ‘mpox’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병명이 특정 동물과 연결되며 불필요한 낙인과 혼란을 낳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는 감염병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대응 태도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었다.
언론과 공공기관의 역할
병명 변경은 단순히 이름만 바꾸는 것이 아니다. 언론, 의료기관, 교육기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WHO의 개정 이후에도 여전히 ‘원숭이두창’이란 명칭이 사용되는 사례가 있어, 혼용기를 거쳐야 할 필요가 있다.
변경 전 | 변경 후 | 주요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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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 (Monkeypox) | mpox | 동물 비하 및 오해 방지 |
정신분열증에서 조현병으로: 오해를 넘어 이해로
‘분열’이라는 단어의 오해
과거 ‘정신분열증’이라는 명칭은 마치 인격이 나뉘거나, 미쳐버린다는 오해를 낳기 쉬웠다. 실제로는 인지기능, 감정, 현실인식에 장애가 생기는 뇌 질환임에도, 사회적 낙인은 병 자체보다 더 무거웠다.
‘조현병’으로의 명칭 변경 배경
2008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조현병(調絃病)’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었다. 조현은 현악기를 조율한다는 뜻으로, 뇌의 기능 불균형을 맞춘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 명칭은 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었다.
명칭 변경 후의 사회적 변화
조현병이라는 명칭이 도입되면서, 병에 대한 이해도가 점차 향상되었고 환자에 대한 혐오 표현도 줄어들고 있다. 병명을 바꾸는 것은 단순한 행정조치가 아니라, 인식 개선을 위한 중요한 사회적 결정이다.
변경 전 | 변경 후 | 주요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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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열증 | 조현병 | 오해 해소 및 낙인 완화 |
‘한센병’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역사
‘나병’의 어두운 그림자
과거 ‘나병’이라 불렸던 한센병은 심각한 낙인을 동반했다. 환자들은 마을에서 추방되거나 격리되었으며, 종교적 죄악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병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부족했던 시절의 비극이다.
노르웨이 의사 ‘한센’에서 따온 새로운 이름
‘한센병’이라는 명칭은 병의 원인균을 발견한 노르웨이 의사 게르하르 한센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WHO는 20세기 중반부터 이 명칭 사용을 권장하며, 나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름이 바뀌며 나타난 변화
이름을 바꾸며 치료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고, 조기 진단 및 완치 가능성도 높아졌다. 질병 자체보다 더 무서운 것은 낙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변경 전 | 변경 후 | 주요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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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 | 한센병 | 종교적·사회적 낙인 해소 |
지역 명칭이 포함된 병명, 왜 문제인가?
스페인 독감에서 코로나19까지
‘스페인 독감’은 실제로 스페인에서 처음 발생한 것이 아니다. 단지 스페인이 관련 정보를 가장 먼저 공개했기 때문에 그렇게 불렸을 뿐이다. 이처럼 지역명이 붙은 병명은 오해를 낳기 쉽다.
특정 국가·민족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수 있음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나 ‘아프리카돼지열병’처럼, 지역명이 병명에 포함될 경우 차별이나 외교적 마찰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제사회는 점차 이러한 명명을 지양하고 있다.
WHO의 새 명명 기준
WHO는 2015년부터 새로운 질병 명칭을 정할 때 ▲지역명 ▲사람 이름 ▲동물명 ▲문화 등을 포함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이는 감염병에 대한 불필요한 공포와 혐오를 줄이기 위함이다.
문제 병명 | 대체 명칭 | 원칙 적용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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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독감 | H1N1 인플루엔자 | 지역명 배제 |
중동호흡기증후군 | MERS | 지양 대상 사례 |
우한 폐렴 | COVID-19 | 지역명 미사용 표준화 |
병명이 사회정책을 바꾸기도 한다
병명 하나로 예산과 정책이 달라진다
‘소아마비’는 이제 ‘급성 이완성 마비’라는 명칭으로 통합 관리된다. 명칭이 통합되면서 관련 백신 정책과 보건 통계도 변화했다. 병명은 단순한 라벨이 아니라 행정적, 정책적 기준이 되기도 한다.
장애진단과도 연결된 병명
병명이 바뀌면 관련된 장애진단서, 보험 분류, 의료수가 기준도 달라진다. 이는 환자의 진단권 및 치료 접근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름이 바뀌면 치료 가능성도 바뀌는 셈이다.
보건의료 빅데이터에서도 중요
병명은 의료기록, 건강보험 청구, 국가통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메타데이터가 된다. 병명이 일관되지 않거나 오해를 낳는다면, 연구와 행정 모두에 왜곡을 줄 수 있다.
변화 대상 | 변경 효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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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명 | 정책 분류 기준 변경 |
장애진단 명칭 | 환자 권리 향상 |
공공 통계 데이터 | 연구 정확성 향상 |